독학으로 조주기능사(바텐더) 자격증 따기! [합격 후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기존에 써오던 Deep Learning, Research 글과는 다소 성격이 다른 제 취미와 관련 있는 글을 작성하려 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잡다한 글을 작성하려고 합니다 ㅎㅎ)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다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셨을텐데요, 제가 평소에 즐겨 마시지만 정작 잘 모르고 마셨던 술에 대해서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작년에 열심히 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하면서 동기 부여 차원에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느꼈던 점들을 공유 드리고 여러분들도 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같이 공부해보시는 것을 권유 드리기 위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조주기능사란?
우선 조주기능사란 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국가기술자격시험에 합격하면 취득할 수 있는 기능사 자격증이며, 다른 이름으로 바텐더 자격증이라 잘 알려져 있습니다.
1년에 총 4번의 정기 기능사 시험이 치러져서 기회가 많은 편은 아닙니다. 시험 일정은 공식 홈페이지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시험은 필기 시험과 실기 시험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응시 자격에는 제한이 없고 보통 칵테일 학원 등 사설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응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이유는 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필기는 무난하게 합격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보통 실기에서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간혹 조주기능사 시험을 응시해야 하는데 이름이 비슷한 주조기능사 시험을 응시하는 분이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허허..)
Chapter 1. 필기 시험
우선 필기시험은 100점 만점 중 60점 이상을 받으면 합격하며, Computer Based Test(CBT)로 진행됩니다. 지정된 시험장에 가서 컴퓨터가 있는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로 60문제를 풀고, 다 풀면 그 자리에서 채점되어 점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채점 결과를 기다리지 않아서 저는 매우 좋았습니다 ㅎㅎ
또한 문제 은행식이라 기출 문제들을 하나하나 풀어 보시면서 자주 틀리는 문제들 위주로 공부하신다면(외우신다면) 학원을 다니거나 교재를 구입하지 않으셔도 시험은 통과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시험 합격도 중요하지만 지식, 상식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교재를 구입하셔서 공부하시는 것도 추천 드립니다.
저는 최강 자격증 기출문제 전자문제집 CBT 사이트에서 기출 문제들을 계속 풀어보며 공부를 하였고, 해설이 부족한 문항은 개인적으로 찾아보며 공부했습니다.
조주기능사, 바텐더 자격증이면 필기에서는 칵테일에 관한 내용만 나올 것으로 생각을 하실텐데, 필기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범위를 다룹니다. 총 60문제는 주류학개론이 30문제, 주장관리개론이 20문제, 고객서비스영어가 10문제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주류학개론 (30문제)
우선 주류학개론에서는 가장 중요한 주류부터 다류(차), 커피류, 생수 등 다양한 음료들에 대해서도 다루게 되어서 저는 공부를 하면서 잡다한 상식이 늘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문제가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공부를 생각보다 많이 해야 합니다. 주류학개론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옵니다.
- 맥주의 제조과정 중 발효가 끝난 후 숙성시킬 때의 온도로 가장 적합한 것은?
- -1 ~ 3도 / 8 ~ 10도 / 12 ~ 14도 / 16 ~ 20도
- 답: 1번, 맥주는 차갑게 숙성시켜야 효소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 레드와인용 포도 품종이 아닌 것은?
- 리슬링 / 메를로 / 삐노누아 / 카베르네 소비뇽
- 답: 1번, 리슬링은 화이트 와인 포도 품종
- 리큐르의 여왕이라고 불리며 프랑스의 수도원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은?
- 드람부이 / 샤르트뢰즈 / 베네딕틴 / 체리브랜디
- 답: 2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리큐르이며 예거, 압생트와 같은 허브계열의 리큐르이며 향이 독특합니다.
주장관리개론 (20문제)
다음 20문제를 차지하는 주장관리개론은 칵테일을 조주하는 장소(Bar)의 전반적인 관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칵테일 조주 기법, 칵테일용 가니쉬 재료 손질법, Bar의 기물에 대한 설명, Glass 세척 방법 등 다양한 문제가 출제됩니다.
- 내열성이 강한 유리잔에 제공되는 칵테일은?
- Grasshopper / Tequila Sunrise / New York / Irish Coffee
- 답: 4번, Irish Coffee는 아이리시 위스키에 크림, 설탕, 뜨거운 커피 등을 넣고 만드는 칵테일입니다.
- Gibson을 조주할 때 Garnish는 무엇으로 하는가?
- Olive / Cherry / Onion / Lime
- 답: 3번, 깁슨은 진과 드라이 베르뭇을 스터기법으로 만드는 마티니에서 올리브 대신 미니 양파(펄 어니언)을 Garnish로 하는 칵테일입니다.
고객서비스영어 (10문제)
마지막 10문제는 뜬금없이 영어 문제가 나오며, 주로 고객을 응대하는 상황에서 사용되는 영어 표현법 등이 문제로 제출됩니다. 마치 토익 문제를 푸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영어를 잘 한다고 10문제를 다 맞힐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의 주장관리개론에 나올 법한 문제들이 영어로 출제되는 경우가 있어서 난이도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하하…
- There are basic direction of wine service. Select the one which is not belong to them in the following?
- Filling four-fifth of red wine into the glass. / Serving the red wine with room temperature. / Serving the white wine with condition of 8~12℃. / Showing the guest the label of wine before service.
- 답: 1번, wine을 따를 때는 glass의 절반 이하로 따라주는 것이 wine service의 기본이라고 합니다.
- This is produced in Italy and made with apricot and almond
- Amaretto / Absinthe / Anisette / Angelica
- 답: 1번, 아마레또는 살구씨, 아몬드 등 씨앗을 이용하여 만든 리큐르이며 달콤하고 아몬드향이 나는 리큐르이며, 스카치 위스키와 만나면 갓파더라는 유명한 칵테일이 됩니다.
Chapter 2. 실기 시험
자, 평소에 술을 좋아하셨다면 필기 시험은 영어 문제만 제외하면 재미있게 공부하시면서 수월하게 통과하셨을 것입니다. (혹시 아닌 분들께는 심심한 위로의 한마디를 드립니다…) 이제 실기 시험에 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실기 시험 정보 및 진행 과정
실기는 필기 합격 후 2년 내 응시를 해야 하며 접수 인원과 응시 가능 지역이 한정되어 있어서 신청일이 열리면 첫날에 바로 접수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말 이른 아침에 굉장히 먼 곳에서 시험을 보실 수도 있습니다…
이 실기 시험이 조주기능사 시험의 꽃이자 헬게이트이며 굉장히 난이도가 높습니다. 실기는 작업형으로 정해진 40개의 레시피 중에 임의로 3가지 칵테일을 단 7분내에 정확하게 완성을 하여야 합니다. (의외로 실기 합격률은 평균 60~70%로 높은 편입니다. 제 추측으로는 이미 Bar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신 분들이 취미 삼아 응시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
긴장된 채로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한 타임에 2~3명씩 실기 시험장에 입장합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본인의 자리에서 수십개의 술병이 놓여 있고 여러 가니쉬들이 손질이 되지 않은 채 놓여있습니다. 이 때, 재료들을 확인할 시간으로 딱 2분이 주어집니다. 정신없이 병을 하나하나 꺼내 보며 이름을 확인하다 보면 칠판에 임의로 3가지의 칵테일의 이름을 적어 주시고 시험이 시작됩니다.
긴장된 상태에선 40개의 레시피를 다 외웠어도 갑자기 3개의 레시피를 물어보면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즉, 갑자기 누가 “네그로니의 레시피는?” 하고 물어보면 3초 내로 대답할 수 있어야 주어진 시간내에 3잔의 칵테일을 완성시킬 수 있습니다.
실기 시험 문제와 공부 방법
40개의 실기 시험 칵테일 레시피는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유명한 칵테일들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교재, 유튜브 등을 통해 공부하시면 됩니다. 우선 가장 먼저 레시피를 숙지하셔야 하며, 단순히 재료가 되는 리큐르의 종류와 용량만 외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각 칵테일마다 정해진 종류의 glass와 garnish, 조주 기법을 정확하게 지켜서 조주해야 합니다. 보통 시간내에 3잔을 완성 못 시키거나, 조주 과정에서 같은 종류의 실수를 2번 이상 한 경우(ex, garnish를 2번 이상 틀린 경우) 실격이 되며, 실격을 면한다면 거의 합격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자, 이제 40개의 칵테일의 레시피를 완벽히 숙지하셨다고 끝난게 아니겠죠? 실기 시험은 레시피를 외워서 종이에 적는 시험이 아니라, 레시피에 맞게 칵테일을 조주해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직접 glass에 정량의 술들을 지거로 계량하고 정해진 기법으로 조주하고 garnish로 장식까지 마쳐야 한 잔의 칵테일이 완성되며, 이 과정을 3번 반복해야 합니다.
이 때 어떤 문제가 생기냐면, 첫째론 재료가 되는 모든 술을 다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만약 저처럼 독학을 하시는 분은 40개의 칵테일 중 보통 2~3개 정도만 직접 만들어보고 시험장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래서 보통 재료가 모두 갖춰진 전문 학원에서 연습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만, 저는 굳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직접 만들어보지 않아도 술병만 잘 찾을 수 있으면 40가지의 레시피를 모두 만들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저는 기법(Stir, Shake, Build, Blending, Floating)별로 칵테일을 분류하고, 각 기법마다 적은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칵테일 위주로 재료를 구입하여 연습하였습니다. 이 때 조주에 필요한 기물(Shaker, 지거 등)은 구입을 하셔야 합니다. 그 뒤, 직접 만들어보지 못한 칵테일들은 재료인 술을 인터넷에 검색하여 술병의 이미지를 모아서 머리속에 입력하였습니다. 이렇게 한 번씩 봐두면 현장에서 처음 만져보는 술도 수월하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실기 시험 불합격 수기
위에 설명 드렸던 것처럼 40개의 레시피를 달달 외우고, 각 기법마다 1~2개의 칵테일을 만들어보고, 모든 재료가 되는 술병들의 사진들을 외우며 자신만만하게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만해도 당연히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차례가 되고 시험장에 들어가서 2분동안 열심히 모든 병들을 하나씩 꺼내서 확인을 하였는데, 아뿔싸! 제가 알던 병과 다른 제조사의 병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볼스(BOLS)사의 리큐르들만 알고 있었는데 시험장에서는 디카이퍼(De Kuyper)사의 리큐르들만 놓여 있었습니다. 이 때 당황해서 모든 술들을 살펴보지 못했고, 결국 평정심을 잃었습니다.
당황하다 보니 다 살펴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2분이 지나 있고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흑흑.. 제 기억에는 하비 웰뱅어 / 슬로 진 피즈 / B-52 가 나왔는데, 하비 웰뱅어에 들어가는 갈리아노라는 리큐르를 찾지 못해서 여기서 첫번째 멘붕을 겪었습니다.
나중에 지나고 보니, 위의 그림처럼 갈리아노는 굉장히 긴 병에 담겨져 있어서 리큐르들이 모여있는 수납장에 들어가지 않아서 테이블 위에 놓여져있었고, 저는 테이블 위에 리큐르가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조차 못해서 결국 갈리아노를 찾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멘붕이 쉽게 가시지 않아서 마지막 칵테일인 B-52의 재료가 되는 베일리스 술병도 찾지 못해서(베일리스도 테이블 위에 있었습니다. 베일리스는 심지어 제 집에도 있는 술인데..) 실격을 당하게 됩니다…
시험을 망치고 나니 허탈함이 밀려왔지만, 같은 장소에서 한 번 더 시험을 본다면 합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또, 같은 리큐르도 다양한 제조사에서 만들기 때문에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느꼈고,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재시험을 준비하였고, 3개월 뒤 2번째 실기 시험을 치르러 갔습니다…!
두 번째 실기 시험.. 결과는..?
실기 시험의 날이 밝았고, 저는 이번에는 꼭 거만 떨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집중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한 채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하필 제일 마지막 순서의 공을 뽑아서 거의 2시간 대기하다 보니 긴장이 다 풀리게 되었고, 졸다가 제 순서가 되어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한번 뵀던 시험관님들이 계셔서 그런지 긴장이 되기보다는 이번엔 안 혼나야겠다는 승부욕이 불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여유롭게 아는 리큐르들은 빠르게 이름만 확인하고 모든 리큐르들을 한 번씩 꺼내서 확인해보고, 테이블 위에 놓인 리큐르들도 모두 확인을 하였습니다. 한 번 실패를 겪으니 갈리아노가 굉장히 잘 보이더군요.. 이걸 왜 못 봤나 싶기도 하고.. 무튼 2분간 바쁘게 리큐르를 확인하고나니 칠판에 3개의 칵테일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네그로니 / 뉴욕 / 푸스카페 가 출제 되었으며, 지난 번과 비슷하게 float 기법과 shake 기법이 1개씩 출제가 된 걸 보니 완전한 random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무튼, 3개의 칵테일 다 직접 만들어본 적은 없지만 재료는 확실하게 찾을 수 있어서 수월하게 조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뉴욕의 garnish가 기억나지 않아서 garnish를 비워 두었다가, 마지막 칵테일을 만들고 트위스트 레몬필이 기억이 나서 레몬을 손질해서 garnish까지 완벽하게 만들고, 아무런 감점 없이 시험이 끝이 났습니다.
조주기능사 자격증 수령 및 next step
시험을 치르고 한 달 정도가 지난 뒤 합격자가 발표되었고, 역시나 합격이었습니다! 합격 후 며칠 뒤 국가기술자격증이 택배로 도착하여 수령하고 나니 실감이 났습니다. 드디어 합격이구나..!
무튼, 취미로 시작한 술 공부에서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었네요.. 처음에는 칵테일바에서 비싼 돈을 주고 얼마 안되는 양의 칵테일을 사 먹다 보니 돈이 아까워서 시작한 공부였는데, 직접 만들어보니 그 과정들이 하나하나 이해가 되기도 하였고 개인적으로도 잡다한 상식이 많이 늘어서 뿌듯했습니다.
물론,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바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바에서 일할 생각은 없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바를 운영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생겼습니다. 또한 칵테일 외에도 위스키에 대해서도 깊게 공부를 해보고 싶어 졌고, 마셔보지 못한 다양한 종류의 리큐르들을 맛보고 싶은 목표도 생겼습니다.
바텐더라는 이름의 유래는 바 + 텐더(관리)라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바 + 텐더(부드러움, 상냥함)을 더한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사람들이 바에 와서 힐링할 수 있는 부드러운 바를 언젠가 차려야겠다! 는 막연한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 오겠죠? (이래 놓고 금방 관심이 식을 수도 있겠지만요.. ㅋㅋ)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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